우아한테크코스 레벨1 글쓰기 미션

@최현웅(Harry) · March 28, 2024 · 10 min read

꾸준함과 번아웃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던 나

while(1){
    목표 세우기
    그냥 꾸준히 하기
    번아웃 느끼기
    자책하기
}

"어...나 지금 지친 건가? 아직 할게 산더미인데?" 이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은 20살, 수능을 다시 준비하던 어느날이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매일 다니던 독서실에서 뇌가 정말 멈춘 듯 멍하니 30분 동안 책을 바라만 봤었다. 전역을 하고, 코딩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연구실에서도 이 현상은 반복되었다. "언제까지 연구실에 매일 와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지?"에 대해 생각하며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번아웃이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꾸준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군대에서도, 전역을 하고도 일주일에 5번은 무조건 운동을 했다. 최근 달리기도 시작해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매주 한 번은 무조건 한강에서 러닝도 한다. 수능을 다시 준비하던 시절, 연구실을 다니던 시절 모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출석해서 공부했다. 주변 친구, 지인들이 가끔 "진짜 꾸준하다, 부지런하다"라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정말 어렵고, 이 습관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꾸준한 사람이기보다 꾸준해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였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재미, 성취, 목적의식 모두 흐릿해지게 되었다. 이 현상을 양치에 비유하고 싶다. 양치를 하면서 재미, 성취, 목적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지만 양치를 하지 않으면 이가 썩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 성장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꾸준하게 해가는 것이 결국, 양치를 하는 것과 같아졌다. 특히 수능 준비와 연구실에서의 상황처럼 학습과 관련된 꾸준함이라면 유독 번아웃이 심하게 찾아왔다.

왜?

이유가 궁금했다. 왜 꾸준함에 대해서 강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왜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재미와 성취도 느끼지 못하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을 때,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너무 큰 목표

위에서 "코딩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구실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해당 목표는 너무 크고 추상적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꾸준함은 가지고 있지만, 목표를 세분화하는 방법은 몰랐다. 그리고 목표가 크면 클수록 장기전이 되는데, 목표의 크기와 상관없이 항상 단기전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살아왔다. 추상적이면서 큰 목표를 가질 때 가장 큰 단점은, 주어진 시간 동안 뭘(What) 해야 할지 정리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독서실, 연구실에도 "일단 간다..!"는 생각으로 매일 출근했다.

너무 큰 기대치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치가 항상 매우 컸다. 친구, 지인들이 인정하고 칭찬해 줄 만한 상황이 생겨도 "이게 그렇게 까지 잘한 일인가?"를 계속 의심했다. 항상 "나는 아직 멀었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연성 강화 목표가...?

서론이 길었는데, 유연성 강화 목표는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기로 정했다. 꾸준함에 대한 강박은 이제 좀 내려놓고, 더 유연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리, 유연하게 잘 하고 있나요?

누군가 나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네 그럼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적으로 내 목표를 떠올리며 우테코 생활을 하고 있다.

우테코와 운동 병행하기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우테코 생활을 하면서도 집에 도착하면 일주일에 4일은 1시간 정도 맨몸운동을 했다. 하지만, 우테코 생활이 정신없어지고 할게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늦게 집에 도착하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해진 루틴대로 운동을 다 한다면 내일 컨디션에 영향을 줄 만큼 수면 시간이 늦어져 계획을 변경해 보기로 했다. 평소였으면 '그래도 정해진 건 꾸준히 무조건 한다.'라고 생각하며 정해진대로 했을 것이다. 현재는 우테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면 딱 턱걸이 100개만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정해진 루틴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자책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턱걸이를 100개라도 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왔다감 고정 멤버입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선릉 캠퍼스 왔다감의 고정 멤버(?)가 되었다. 우테코에 쓰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몰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독서실과 연구실에서의 상황처럼 맹목적으로 남게 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우테코를 통한 학습에서 만큼은 이전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은 후, 11시까지 남는 이유와 작은 목표를 카톡 나에게 보내기나 노션에 작성해보고 있다. 머릿속으로 '아, 내가 ~를 해야 하니 남아야지'를 생각만 하는 것보다, 글로 옮기는 것까지 해보니 목표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어 걱정했던 맹목성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할만 한데요?(같이 하니까)

유연성 강화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목표를 잘 달성해가고 있다.

  1. '나 유연한 사람이었네?',
  2. '이 쉬운걸 이때까지 왜 시도해보려고 하지 않았지?'

위 두 가지 문장은 지금까지 스터디를 하면서 내가 많이 했던 생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꾸준함에 얽매이지 않고 있고, 목표를 작게 잘 나누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강화하고 싶은 크루들과 같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매주 진행하는 스터디에서 크루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선한 자극을 얻으니 흔들리지 않고 의식적으로 목표를 떠올리고 있다. 우테코 수료까지 내가 정한 목표를 잘 달성해갈 수 있을까?

@최현웅(Harry)
의미 없는 기록은 없다고 생각하며, 학습하고 느낀 것들을 기록합니다 :)